DIARY


희블리희블리의 병가일기 prologue

희블리
2021-05-31
조회수 639


현재 나의 정확한 병명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 이다.

이 바이러스와 함께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대상포진'이라는 병이 생소한 여러분을 위해 간략히 설명드리면,

; 몸 안에 잠자고 있던 수포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활동성이 강해져 몸안의 신경을 건드리며 수포가 일어난다. 간지러움, 화끈거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등 일명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그 병'이다.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수포가 가라앉으며 병의 증세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초기에 병세를 잘 잡아서 수포만 가라앉으면 낫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수포가 가라 앉았어도 이 후에 신경통이 사라지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서운 건 이 통증이 한 달이 갈지 1년이 갈지..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 더 무서운건 대상포진은 5-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주로 발병한다던데.. 나란 인간.. 무엇? ..? ?


TMI지만 약 2년 전에 오른쪽 귀에 대상포진이 왔었다는 사실.. 그 때는 딱 일주일 정도만 누워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일주일도 내 기억엔 어두운 밤이 없었다. 눈 떠 있는 시간은 다 낮이었다. 밤을 앗아갔었는데..


아유 이래저래 설명하느라 말이 참 길었다. 무튼! 이런 연유로 회사에 병가를 내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치료중에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말고 절대안정을 취하라고 해서 *2주 간 병가*를 내버렸다. (아픈행복) 사실 쉰다고 완치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오롯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처방에 이번만큼은 의사선생님의 말을 잘 들어보기로 했다. 이 죽을듯한 고통이 너무나도 싫으니까.


가만보면 하필 이 시점에 찾아온 대상포진은 나에게 무언갈 말해주고자 보낸 누군가의 라잌,, 파랑새..?

"뭔가 잘못되고 있어."

"너 이대로 살다간 크게 아플거야."

"너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돼!!"

"정신차려!!!"

등등의 말을 4글자 병이 온 몸 속을 헤집고 다니며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야근, 불규칙한 식사습관, 해야지 해야지.. 입으로 하는 운동...

돌아보니 아플 수 밖에 없더라. 몇 번이나 손으로 이마를 짚었는지.


아픈 몸을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서

몸을 상하게 한 나의 일상 습관과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무엇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다. 생각해내야만 했다. 그게 치료의 첫 번째 스텝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취침 전 약을 먹기 위해서 하루 세끼를 꼬박 꼬박 챙겨먹어야했고,

강박처럼 나의 컨디션 관리를 신경써야했다.

그리고 몸이 '피곤'을 느끼면 안된다니.. 말이 쉽지. 솔직히 의사들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몸에 안좋습니다." 라고 말할 때 '내가 받고 싶어서 받냐'로 되받아 치고 싶은 욕구는 말 안해도..^^


아니 아픈 것도 서러운데 부지런하라니요.

낫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에-효


무튼, 병가인간이 꼬박꼬박 밥 먹고 약 챙겨먹는 것 말고 무슨 할 일이 있겠는가

심심하고 재미없는 하루하루를 기록이라도 해야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런 글을 쓰시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2주간의 병가일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