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희블리희블리의 병가일기 10. 이러쿵 저러쿵

희블리
2021-06-13
조회수 541
  • 날씨 : 완전 쨍한 여름 날씨, 땀이 주룩주룩
  • 날짜 : 6월의 열 세번째 날
  • 통증 : 밤에 이따끔씩 무섭게 찾아오는 통증
  • 약 : 다시 안 먹고 버텨보는 중
  • 컨디션 : 보통
  • 오늘의 말씀 :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로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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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써 2주 간의 병가가 끝이 났다. (왜죠?)

잘 쉬었는지 잘 모르겠다. 왜냐면 아직도 잘 쉬는게 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진짜 모르겠어요)

다만, 잘 쉬려고 노력했고 쉬기 위해 이토록 노력한 2주도 없는 것 같다. (암 그렇고 말고)

앞으로 내 인생에 병가는 없었으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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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 아침에 병원을 가고 있다. 내가 다니는 병원 의사선생님은 그래도 다른 병원 의사선생님들과 달리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신다고 느껴졌다. 내가 아프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앓고 있는 병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깊게 공감해주시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신다. 짧게 만나는 그 시간에도 위로가 된다. 적어도 내 병이 어떠한지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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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나는_

매일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하루의 순간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 앱을 시시 때때로 키고 찍었다.

의도적으로 누워있기 위해 애썼다.

밥을 꼬박꼬박 챙겨먹었다.

넷플릭스 볼까 책을 읽을까 고민할 때 책부터 읽었다.

환자인 걸 잊기 위해 약부터 끊고 싶었다.

이레카 야자(기특이)를 살리기 위해 가슴 졸였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건강해지면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를 수도 없이 생각했다.

아픈 건 빨리 낫길 바랬고, 병가는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삶의 우선순위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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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여전히 게으른 나는 매일매일 묵상을 해내지 못하고 있고 생각의 갈림길에서 여전히 헤메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에워싸고 있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시시때때로 경험하고 하나님께 정향하기 위해 밤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이 작고 사소한 마음들이 모여 크고 단단해지기를 기대하고 소망하며 오늘 밤도 마음을 다잡는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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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짓, 나는 왜 하필 이 시점, 이 기간 동안 이렇게 아파야하는지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답이 없는 걸 알면서도 억울하고 속상했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해답은 없었지만 적어도 깨달은 것이 있다. 나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가 결여되어있었다는 것을. 건강한 체력, 온전한 몸, 몸을 누일수 있는 집,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 일터 등등 현재 주어진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대보다 이미 주어진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내가 되길. 하나님을 나의 '감사'로서 드러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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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로 다음 일기는 감사일기다.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공간희희에서 자주 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