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희블리희블리의 병가일기 08. 은지는 복도많지

희블리
2021-06-08
조회수 540
  • 날씨 : 완전 쨍한 여름 날씨
  • 날짜 : 6월의 여덟번째 날
  • 통증 : 간질간질 지르르한 통증(간헐적)
  • 약 : 안 먹는 중(5일 째)
  • 컨디션 : 보통
  • 오늘의 순간 : 모든 창문을 열고 뜨거운 자연 바람을 맞으며 무등산 드라이브 했을 때 


내 방이 아닌 오빠방에서 자고 일어나기. 내 방 침대보다 큰 사이즈 + 암막커튼 효과로 세상 깊고 맛있는 잠을 잤다.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젖혔을 때 눈부신 햇살에 안구테러를 당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참고로 전날 저녁 "엄마 내일 깨워줘" 했는데 "뭣하러야. 그냥 푹 자브러"에 심쿵했다. 집에만 오면 그렇게 일찍 일찍 좀 일어나라고 잔소리 하던 엄마였는데 이번엔 요양하러 와서인지 잘 때 까지 자라는 말이 왜케 설렜는지. 후후


내가 단잠을 자는 동안 우리엄마는 이미 오후 코스를 짜놨다. 삼계탕 먹고 스타벅스에 쿠폰 쓰러 가기!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삼계탕집에서 개운~하게 한 뚝배기 하고 근처 스타벅스로 갔다. 처음에는 테이크 아웃해서 집에 바로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카페 안이 시원하고 좋았는지 2층에 잠깐 앉았다 가자고 했다. 콜!!


오랜만에 엄마랑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매번 엄마가 서울에 왔을 때 내가 쓸데없이 바빠서 또는 회사 점심시간이어서 뭔가에 쫓기듯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그래서 늘 마음이 쓰였었는데 오늘 함께 여유롭게 보낸 시간들이 그 마음들을 조금은 덮어준 것 같아 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엄마가 자꾸 내 신발을 탐낸다.


지산유원지 스타벅스 2층 창문 뷰. 온통 초록세상이다. 이 자리에서 나는 오늘 엄마에게 피식대학 채널을 전파했다. 적어도 한 달은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큭


강여사 손은 소중하니까. 햇볕이 오죽 세야지. 눈이 너무 부신 오늘의 햇살들


엄마랑 콧노래 냐냐냐 부르면서 바람을 가르고 느끼며 무등산 드라이브 ~~ 덥지만 자연바람은 참 달큰해! 여기저기 새가 지저귀고 난리다. 숲과 산에는 재미난 일들이 가득할텐데 말이지. 일단 모기가 너무 많다. 돌아가자 엄마. 일보후퇴.


와 올해 첫 수박! 그냥 수박도 하니고 엄청나게 달콤한 흑수박이란다. 처음엔 수박이 다 거기서 거기지 했는데 왠 걸, 아주 설탕 덩어리였다! 물을 쭉쭉 흘리면서 야무지게 냠냠 먹어제꼈다. 수박을 쫩쫩 먹고 있노라니 새삼 벌써 여름이구나 싶었다. 아, 시간 왜 이렇게 빨리 가냐. 벌써 여름이라니!!!


무엇을 볼까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찬실이는 복도많지 발견! 이전부터 보고 싶긴 했는데 왠지 눌러지지가 않았는데 엄마도 마침 혼자 있을 땐 봐지지가 않더랜다. 그럼 같이 있을 때 봐야지! 캐릭터나 스토리 자체가 귀엽고 거진 나에겐 코미디처럼 느껴졌는데 중간중간 단순하지만 중요한 메세지들이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명확한 것들이 때로는 나에게 그 의미가 발견되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누가 뭐래도 내가 행복한 일을 해야한다." 라던지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 나도 모르겠어요." 라던지.. 이런 말들이 텍스트 자체로는 이해되지만 지금 내 상황에 트리거처럼 미치는 어떤 문장이 되기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나에게 트리거가 된 문장은 이것이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다."


맛조개 이름 지은 사람 나오세요. 상 드릴게요. 왜냐구요? 진짜 맛있어요. 오늘에서야 제대로 맛을 발견한 1인. 초장 따윈 필요없다. 너무 달다. 제철음식 본연의 맛 즐기기. 완전 꿀잼!!


나는 엄마 아빠의 뒷모습을 담는 것이 좋다. 투닥거릴 때도 사이좋을 때도 서로 미워할 때도 서로 너무나 사랑할 때도 이 둘은 나의 엄마 아빠다. 엄마 아빠가 어떤 모습 어떤 모양이라도 나는 좋다. 앞으로 계속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내가 이들을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뿐. 나는 엄마 아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도 아직은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 회사가기 싫어. 뿌엥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