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희블리희블리의 병가일기 05. 엄마 아빠는 대단해!

희블리
2021-06-04
조회수 748
  • 날씨 : 반짝반짝 빛나는 하늘
  • 날짜 : 6월의 넷째 날
  • 통증 : 가끔 지르르 간지러운 느낌
  • 약 : 안 먹어 보기
  • 컨디션 : 보통
  • 오늘의 요리 : 라이스페이퍼 떡볶이
  • 오늘의 차 : 용정차
  • 오늘의 노래 : 꿈처럼 - 벤


어쩐지 들여다보고 싶더라니, 오늘따라 눈 뜨자마자 책장위에 올려진 화분을 보러 갔는데 맙소사 진드기 밭이었다. 이를 어쩐담.. 부랴부랴 진드기를 제거하고 밖으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마침 고무나무 분갈이를 하러 가야해서 아저씨께 물어보기로 하고 사진을 찍어갔다. "아저씨, 이 보라색 꽃 나무가 아주 진드기 밭이었어요. 꽃이 전부 시들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되요?"라고 여쭤보니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상한 부분 다 잘라주고 물 흠뻑주고 냅둬봐요." 별 수 있나, 초보 식물 집사는 아저씨의 처방을 들고 와서 시든 부분을 다 도려냈다. 앙상해진 화분을 보고 있노라니 괜히 시큰. 열심히 피어 있느라 고생했어. 사라진 자리에 꽃이 다시 필까?


작고 귀여운 고무나무 분갈이 완성! 오후 내내 통풍이 잘 되는 창가 자리에 놔두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손이 많이 가는 건 매한가지. 절대 쉬운 마음으로 식물을 키우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엄마 아빠가 식물을 키울 때는 되게 쉬워보였는데, 주인의 굉장한 시간과 노력을 먹어야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엄마 아빠는 대단해!


떡볶이가 무지하게 땡겼다. 냉큼 소세지와 스트링 치즈를 사왔다. 마침 집에 있는 라이스페이퍼로 떡을 만들었다. 몇 일 전 한 가득 사 놓은 야채들이 있어 든든했다. 또 이왕 만들어 먹는 거 맛있게 먹겠다고 멸치 다시 육수도 내고, 좋아하는 통깨도 솔솔 뿌렸다. 건강하고 든든한 맛, 그래 이거지! 그래도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떡볶이 발 뒤꿈치도 못따라간다. 오늘따라 엄마 생각이 왜 이렇게 많이 나냐. 엄마 나 떡볶이 해줘.


매주 토요일은 티소믈리에 교육 들으러 가는 날! 벌써 내일이면 교육 중반이다. 주말반 듣느라 거의 반나절 종일 듣고 온다. 그리고 무려 숙제도 있다! 대학생 땐 숙제가 지긋지긋 했는데 지금은 왠 걸, 숙제라는 단어가 설레고 하고 싶어지다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온 몸의 세포가 구석구석 반응하는 일이다. 계속 계속 배우고 싶다. 온갖 차의 모양을 관찰하고 색과 향을 기억해내는 일이 이토록 재미있다니, 덕분에 질 좋은 차들을 만나고 경험해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차도 역시나 경험이다. 경험해볼수록 풍부해지는 것들.


오늘부터 산책이 아닌 운동을 시작했다. 설렁설렁 동네를 걸어다녔었는데 오늘만큼은 공원을 조금이라도 뛰어볼 요량으로 물도 챙겼다. 워밍업으로 두 바퀴 정도 걷다가 아주 살살 뛰었다. 아니 근데 이게 이렇게 숨찰일이야? 내 폐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너무도 선명히 알아버렸다. 병가 일기가 끝나면 근육 붙이기 일기를 써야하나..


보라매 공원에서는 유난히 비행기가 잘보인다. 오늘도 2대나 보고 왔다. 나도 좀 데려가주지. 아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3달 만 살다 오고 싶다. 아아 아아 아~~~~아!!!!


걷다가 걷다가 왠지 계속 더 걷고 싶은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지만 괜히 더 걷고 싶어서 걸었다. 그러다 도착한 알라딘 중고서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지! 바로 메모장을 켜서 그 동안 사고 싶었던 리스트를 확인하고 매장에 있는 책들을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 오늘도 발칙한 소비를 했구나. 데려다 줄 얘들도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