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희블리희블리의 병가일기 03. 발견하고 상상하기

희블리
2021-06-02
조회수 735
  • 날씨 : 탁한 맑음, 햇빛 쨍쨍, 땀구멍 열리는 더위
  • 날짜 : 6월의 둘째 날
  • 통증 : 있는 듯 없는 듯 은근한 간헐적 통증
  • 약 : 저녁에 한 번 100mg
  • 컨디션 : 보통
  • 오늘의 문장 : "일터로 오는 길에는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 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올라야 한다." - 파타고니아/이본 쉬나드
  • 오늘의 메뉴 : 가지볶음, 양배추 겉절이, 참치 미역국


나는 하나님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인가 지키는 사람인가.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지기 전에 '하나님의 질서'가 무엇인지 아는 것 부터 필요하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 로마서 12:2


아이패드에서 추천해주는 사진이 종종 마음에 든다. 해맑게 왼쪽 팔을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힌 곳은 프랑스 파리의 한 호스텔, 지루한 비행을 마치고 숙소에서 씻기 직전 피곤하지만 여행의 설렘을 기억하기 위한 나만의 포즈랄까. 그 아래 배경화면은 포르투갈 포르투의 한 공원. 양 팔 벌려 이 곳의 모든 기운을 받아들이고 싶은 나의 의지랄까. 아- 여행가고 싶다.


이렇게 두꺼운 책은 오랜만이어서. 이런 책은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한데 그 때가 지금이네?! 참 귀한 시간이다. 어쩜 다시 오지 않을 줄 알고 책의 내용이 쏙쏙 콱콱 머리와 마음에 박히는지. 그저 경이롭다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이런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과 이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니. 처음으로 이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몇 가지 단어와 문장들도 훔쳐놨다. 이를테면 '모험 자본가', '나는 삶을 단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했다.' 등등.


요리도 어쩌면 하나의 프로젝트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완성'이 있다. 먹고 싶은 메뉴를 생각하고, 재료를 고르고, 준비하고, 어떤 양념을 할까 언제 불을 줄일까 어느 타이밍에 이것을 넣고 뺄까 등등 여러 생각을 디자인한다. 문득, 요리를 아주 어릴 때부터 배워두면 먹고 사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체험하고 경험함으로써 든 생각이다. 또한,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를 외칠 때 더 경건한 마음이 든다. 진짜 감사하다. 이 재료들이 나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여정들이 참 감사하다. 어쨌거나 이번 프로젝트는 대성공!


오후 7시가 넘었는데도 이렇게나 밝다. 시간개념이 사라질 것 같다. 7시는 저녁인가 낮인가. 아무도 없는 거리를 땀을 삐죽삐죽 흘리며 천천히 간섭하며 다닌다.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아요. 여긴 내 집 앞이거든요. 이 곳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저는 지금 길 잃은 나비를 관찰하는 중이에요. 앞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엉덩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면 오래도록 앉아서 사방을 관찰할 수 있는 안정감이 생겨요. 저는 이런 오후를 보내고 있는데, 당신은요? (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고양이를 만났다.)


누군가의 낭만 조각 모음. 조금 난해하지만 음, 그렇고 그런 뜻이구나.


일단 차 한잔 해보자. 몸도 마음도 (찐으로) 뜨거워진다. 후후 불면서, 호로록 삼키면서 차는 식어간다. 차 한잔 할래? 라는 말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 만나게 되면 진짜 뜨거운 차를 내려줄 것이다. 나랑 더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도록. 너무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라고 말하게. 보고싶다 이 사람들아.